일본의 C(급) 프로그래머.

by chatmate
굶어 죽는 사람을 생각해서, 음식을 남기지 말자?

제발 음식 좀 남기지 맙시다.


음식을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은 습관인 건 사실이다. 음식을 남기고, 남긴 음식을 버리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아도 분명하다.


가정에서는 당연히, 애초에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조리 후에는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고, 나머지는 보관하는 편이 분명 합리적이다.


그런데 남겨서는 안 되는 근거로 '굶어죽는 사람들'을 드는 건, 감정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내가 음식을 남기는 -혹은 남기지 않는 것과, 굶어죽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사이에는 그 어떠한 접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극단적으로 말해, 내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고, 혹은 대한민국 전체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를 갖게 된다 하더라도, 굶어죽는 사람에게 그 어떠한 직/간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

원 글쓴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음식을 남기지 말자 라는 말에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그 근거는 다른 방향에서 찾아보는게 나을 것 같다. 폐기물 처리에 드는 개인적/사회적 비용이라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먹을 만큼만 조리했을때 절약되는 이득이라거나.



사실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인데,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은 가정에서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은, 손님이 음식의 양을 고를 수 없는 경우가 많은지라, 손님의 평소 식사량과 음식에 양에 차이가 나기 쉽다. 


식당에서도 원하는 만큼만 덜어먹을 수 있게 된다면 사정은 조금 나아질텐데, 이것도 음식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군대 배식이나 부페에서 볼 수 있듯, 본인 스스로 어느정도의 양이 적절한가를 파악하는 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밥'은 눈대중으로 퍼담을 경우, 매번 본인 식사량에 맞추어 담기 어려울 수 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방법'만을 고려할때 참고할 만한 시스템으로,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의 식당을 들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츠케멘 (면과 국물이 따로 나와, 면을 국물에 적셔먹는 면) 가게 같은 경우, 메뉴에 따라 면의 양을 그램(g)으로 표기해 놓고, 손님이 양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가게가 많다. 보통 100그램 단위로 표기하는데, 본인이 보통 몇 그램을 먹으면 적절한지 알고 있으면, 남기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처럼 요리에 따라 음식의 조리양을 정량 표준화 하여 손님에게 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반찬의 제공 역시, 일본의 시스템은 '김치 한 조각도 돈을 받는' 시스템. 이것을 반대로, 한국의 시스템을 '원하지 않는 반찬에도 돈을 지불하는' 쪽으로 해석해 본다면, 손님에게 선택권을 줌으로 해서 원치 않게 제공된 반찬을 남기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음식을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식으로 윤리적인 측면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게 되면, '기왕 나온 음식이니 억지로 꾸역꾸역 다 먹는다'라는 식의 그다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애초에 먹을 만큼만 내놓는' 시스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게 좋지 않을까. 물론 가정에서도, 식당에서도.

by chatmate | 2009/08/13 13:44 | Issue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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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졸리님의 이글루 at 2009/08/13 18:09

제목 : 나는 이성적인, 상식적인 삶을 살고 싶다.
굶어 죽는 사람을 생각해서, 음식을 남기지 말자?글 쓰신 분의 취지에도 물론 동의하지만(절대적으로 동의, 동감) 그보다 글 마지막에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트랙백 합니다.'음식을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식으로 윤리적인 측면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게 되면, '기왕 나온 음식이니 억지로 꾸역꾸역 다 먹는다'라는 식의 그다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애초에 먹을 만큼만 내놓는' 시스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more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9/08/13 16:50
동의합니다. 식재료 판매와 관련해서도요. 아무리 적절한 양을 요리하고 싶어도 식재료를 너무 한꺼번에 묶어팔기만 하는 마트나 시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남는 식재료 버리는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듯. 그리고 내가 음식 안 남기고 먹는다고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굶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엄청난 여러가지 관계들이 얽혀있어서...; 예를 들면 내가 조금 덜 먹고 남기지 않는 대신 쓰지 않게 된 돈을 기아구제를 위해 혹은 인권을 위해 기부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쓸 경우가 되어야 비로소 내가 음식을 남기지 않음으로 인해 굶어죽는 사람들을 돕는 경우가 되겠지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8:47
감사합니다.

음식점의 판매에 대해서는 적었지만, 말씀해주신 식재료 판매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네요.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아프리카의 굶고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마음, 그런 따뜻함이 갖는 의미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단지, '내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거기에 연결시키는 것은 수많은 변수들을 무시한 비약이라는 이야기였지요.
Commented by 파애 at 2009/08/13 16:55
쩌업 가금 이렇게 이야기 하죠 그들도 배부르면 남기게 되어있어 라고... 리라하우스 펌.. ㅡㅡ;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8:09
일본 사람들도 음식 많이 남기죠. 찾기 쉬운 예를 들었을 뿐, 우열비교를 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다 똑같으니까요.

그래서 '애초에 필요 이상으로 배부르지 않게' 하는 방법의 예를 찾아본거구요.
Commented by 데스땡 at 2009/08/13 17:28
옳은 말씀이신데요, 원래 글의 의도는 "음식 귀한 줄 모르고 습관적으로 남기는 이에 대한 반대'였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7:46
제 글의 제일 마지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윤리적인 기준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기 보다, 시스템적인 대안을 갖추는게 좋지 않겠냐는 글입니다.
Commented by 은성엄마 at 2009/08/13 17:48
님 말씀에 동의!!
가정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애요
그렇다고 강요하거나 잔소리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8:42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것인 만큼, 개별 가정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원 글을 쓰셨던 분이 하시고 싶었던 이야기도 결국 그런 이야기겠지요.
Commented by ... at 2009/08/13 17:53
본문에 십분 동의하나 제 생각에는 만약 대한민국 전체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기른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굶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습관적으로 음식을 남기던 사람들이 음식을 적정량만 섭취하면 당연히 음식에대한 총수요가 줄어들겠죠. 그렇다면 수요에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하는 식재료의 특성상 식재료의 가격은 떨어지고 굶주리는 저소득층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음식을 살수 있게 되겠죠. 물론 엄청난 도움은 아니겠지만 일단 간접적인 도움이겠죠.
Commented by cavaliero at 2009/08/13 18:29
소요의 감소가 공급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님의 논리는 수요가 줄었을때에도 공급이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 된다는 전제하에서는 성립하겠지만 현실에서 한 작물이 유난히 풍작이서 값이 폭락했을경우에 다음해에는 공급량이 확 줄어서 값이 더 올라간 경우를 여러번 본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8:39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시장의 가격결정은 한두가지 변수로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식재료 쪽으로 가던 투자 비용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가능성 역시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식재료의 생산이 줄어드는 결과로 연결이 되는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저소득층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없을 수도 있는 거구요.

본문 자체는, 말씀하신 '적정량의 섭취'라는 것을, 개인의 습관이나 윤리적 판단에 맡기기 보다는, 시스템적인 대안을 통해 환경을 조성하는게 보다 효율적일거라는 생각에서 적은 글입니다.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8/13 18:40
...님께 댓글을 적고 있는 사이, cavaliero 님이 제 생각과 비슷한 댓글을 적어주셨네요.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9/08/13 18:46
음식을 남기지 않는 식습관 자체는 좋습니다만, 원글에서 남이 남기는거 짜증난다는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몸에 받지도 않는 우유나 그 외 급식을 억지로 먹이는 선생님들이 생각나서요. 그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남기는거 짜증나서 그랬겠죠. 남기는 행동 자체가 짜증났는지, 실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고 별로 이해해주고 싶지도 않지만요. 그 아이들이 크면서 음식에 대해 어떤 트라우마가 생길지는 생각도 못하고. 그 선생님들이 억지로 먹게 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굶어 죽는 사람들 생각해라- 이거였는데.흠...
Commented by 키마담 at 2009/08/14 00:30
맞아요.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어릴적에는 꽤 편식이 심했거든요.

말씀하신것과같이 우유도 정말 싫었고, 김치도 싫었고, 요플레도 못먹는 등...

편식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걸 자연스레 고쳐줄 생각없이
그저 막무가내로 다 먹어라! 그래야만해!라는건
납득하기 힘들죠..
Commented by 만월님 at 2009/08/13 23:30
일본음식점의 시스템 괜찮네요. 배가 별로 안고픈데 분위기상 먹어야 하는때가 종종 있잖아요.
제 남자친구도 음식남기는걸 짜증내는 타입이라 제가 남긴음식을 억지로 다 먹어버리네요. -_-;
제목과 비슷한 논리로 말이죠... 전혀 설득력 없는데...

차라리 엄마가 "너 그거 남기면 지옥가서 다 섞어서 먹는다" 쪽이 설득력이 있다능...-_-
Commented by 최종욱 at 2009/08/18 02:00
그런 면에서 맥도날드 라지 세트와 삼각김밥은 정량 준수의 진리입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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